술 따라주는 문화에 대한 생각 - 자작은 왜 금기시되는가.

2022. 4. 18. 15:26카테고리 없음

안녕하세요. 태백지킴이입니다.

한국의 술 따라주는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혼자 술을 따르는 행위를 자작(自酌)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예절을 갖춰야 하는 술자리라면 자작은 하면 안 되는 금지된 행위에 속합니다.

편한 술자리에서도 혼자 자작하게 두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혼자 자작하려고 하면 술병이나 술잔을 부축해 주기까지 합니다.

오늘날 자작을 금기시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지는 못하고 그저 당연한 술자리 예절이 되었습니다.

혼자 자작하면 3대가 재수 없다. 혹은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이 재수가 없어진다는 말로 자작이 거부됩니다.

술잔이 비었다면 다른 사람이 채워주는 게 예의가 되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술자리에서 술을 따라주기도 하지만 스스로 따라 마셔도 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는 자신의 주량에 따라 마시고 싶은 사람이 스스로 따라 마시는 것이 더 옳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왜 한국에는 자작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생겨난 것일까요.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술 마시는 것을 인정을 나누는 것으로 보는 문화

술 그 자체를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마시는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마신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술을 따라주는 행위를 인정을 나누는 것과 비슷하게 여기게 됩니다. 모임에서 혼자 자작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쓸쓸하고 초라해 보일 것입니다.

2. 동시에 마시는 문화 혹은 술잔을 돌려먹는 문화

가장 웃어른이 수저를 들면 식사가 시작되듯이, 지위가 높은 사람이 먼저 술을 마시거나, 누군가 술을 마시게 되면 나머지 사람도 뒤따라 같이 마시게 됩니다. 혼자 마시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마셔야 되는 술이기에 누군가의 술잔이 비어서는 곤란하기도 합니다.

한 술잔으로 여러 명이 돌려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도 술병을 주는 것보다 직접 따라주는 게 예의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술잔이 비어서 술을 찾을 때 술병을 주는 것보다 직접 따라주는 게 훨씬 대접받는 기분이잖아요?

3 술잔을 들고 따르는 문화

서양에서는 술을 주문시키면 한 잔씩 주문시켜 오래 마시지만, 동양에서는 한 병씩 혹은 주전자로 주문시킵니다.

술 한 병을 각자 따르기보단 누군가가 따라주는 게 훨씬 편합니다.

서양과 달리 우리 잔은 작고 가벼워서 들기도 쉽지만 술잔을 잡지 않고 술을 따르게 되면 술잔이 쓰러지기도 쉽습니다.

또 좌식 생활이었기에 식탁이 낮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 자신에게 술을 따라줄 의도가 보일 때마다 술을 받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술잔을 들게 됩니다.

그리고 술잔이 작아 술이 빨리 비게 되는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상대방이 술을 따라준 것에 대해 보답하여 자신도 따라주게 됩니다.

당연히 술잔을 들게 되면서 술을 받게 되면 좀 더 서로 예의를 챙기게 되고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기 마련입니다.

자신은 술을 따라줬는데, 상대방은 안 따라준다?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이렇게 생각을 모아보면 술잔이 작은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술잔이 작으니까 서로 빈 잔에 술을 챙겨주게 됩니다.

술을 마실 때도 예의를 차리다 보니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 같이 마시는 것이 때론 불편하기도 합니다.

남을 따라줬다면 자신의 술잔도 답례로 채워야 하기에 술이 있을 경우 비워야 할 경우가 많아 원치 않는 과음을 하게 될 경우도 많습니다.

서로 각자 자작하며 편하게 먹는 방식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술 따라주는 문화가 왜 생겨났다고 생각하시나요?